美대형은행, 채권시장 붕괴에 6500억 달러 미실현 손실
박정한23.11/13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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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대형 은행들이 6500억 달러의 미실현 손실을 안고 있다고 추산했다. 미실현 손실은 현재의 시장 가격보다 낮은 원가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발생한 손실로, 실제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자산 가치를 감소시킨다. 즉 '서류상' 손실이다.

이런 손실은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상승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C)는 채권 가격 급락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대형 대출기관 중 하나로 대차대조표에 1300억 달러의 구멍이 있을 수 있음을 공개했다. 이외 JP모건(JPM)은 2023년 3분기까지 약 400억 달러(전분기 대비 20% 증가), 시티그룹(C)은 2022년 2분기에 250억 달러, 웰스파고(WFC)는 2022년 2분기에 400억 달러의 미실현 채권 손실을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형 은행들은 보유 채권 가치가 급락했음에도 여러 이유로 채권을 처분하지는 않고 있다. 보유가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붕괴와 은행들이 미실현 손실에 처한 이유

대형 은행들이 무디스의 추산처럼 총 6500억 달러의 손실에 처한 이유는 우선,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의 영향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의 막대한 적자와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게 됐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는 34조 달러에 육박하고 이자로 매달 700억 달러가 나가고 있다.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이자만으로 총 6590억 달러를 지불했다. 이는 2021년 지불한 3520억 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2023년 10월 27일 기준, 단기 국채는 약 4조3000억 달러, 장기 국채는 약 29조7000억 달러다. 미국 국회예산처(CBO)는 2030년까지 미국 정부 부채 규모가 약 43조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막대한 적자가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부채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을 높여 정부 발행 국채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본다.

대형 은행들은 국채를 매입하여 이자 수익을 얻고 있는데,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들의 자산 가치가 하락해 손실을 입게 된다.

또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투자자들은 국채에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률이 상승하게 됐다.

고인플레이션도 이유가 된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국채의 장기 성과에 영향을 미치며, 고정된 미래 지불액의 현재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대형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치가 급락했다.

미실현 손실 채권을 보유하는 이유

은행들이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기로 한 이유는 우선, 위험 관리 때문이다.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채권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경우 추가적인 손실을 방지할 수 있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자본의 레버리지 확대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을 보유하면 은행들은 대개 연준에 채권을 담보로 유동성을 일으켜 더 많은 대출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서 은행은 고객의 신용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기관의 신용을 평가하고 채권 발행을 대행하고, 그 대가로 발행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미실현 손실이 초래할 문제점

미실현 손실은 은행 자산 가치를 감소시키므로 유동 자산의 규모도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보유한 채권 가격의 급락은 은행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은행은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고객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은행이 손실을 본 채권 매각을 시도할 경우 해당 채권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채권 가격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투자자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사안들이 발생하면 결국 해당 은행의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

미실현 손실은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시장 신뢰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러한 미실현 손실이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촉발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시장은 연준의 긴축 캠페인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믿기 시작했다. 최악의 국채 시장 대패가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여러 이유로 채권을 매각하기보다는 보유하기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채권 가격, 금리, 인플레이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시 변할 수 있어 시장의 변동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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