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이관우님은 캐나다 MBA 출신으로, 외환 브로커지와 사모펀드에서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캐나다 정부기관의 금융 매니저로 재직 중이며, CFA와 FRM 자격을 보유한 북미 금융 전문가입니다.
미국 주식 투자에 관심 있으신 초이스스탁 US 회원분들에게 델 (
DELL) 이 무엇으로 기업 이윤을 창출하는지 질문드린다면, 저를 포함한 대부분께서는 여전히 '컴퓨터 PC 판매 비즈니스 모델'이라 답하실 것입니다.
물론 아주 틀린 답변은 아니지만, 여전히 델 브랜드를 전형적인 PC/노트북 제조사로만 국한시킨다면 이것은 큰 오판일 것입니다. 델 기업은 지난 13년 사이 “상장 => 비상장 => 재상장”이라는 다이나믹한 기업 삶을 거치며, 그 과정에서 창업자 마이클 델 (Michael Dell)과 월가의 전설적 행동주의 투자자들 사이의 20년 가까운 대립과 협력을 관통해왔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한 편의 '금융공학 대서사시' 속에는 미국 주식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2가지 핵심 키워드들 (LBO (Leveraged Buy-Out: 차입매수) 와 그린메일 (Greenmail)) 이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녹아 있습니다.
이번 분석글에서는 델 기업 스토리를 통해 2가지 키워드를 함께 리뷰해보겠습니다.
PART 1. LBO (차입매수, Leveraged Buyout)
LBO (Leveraged Buyout, 차입매수)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규모 부채”를 조달해 기업 전체 (또는 경영권 지분)를 인수하는 거래 방식을 말합니다.
핵심은 '레버리지 (leverage: 지렛대)'라는 이름 그대로, 인수자 (통상 사모펀드)가 자기자본은 최소한으로만 투입하고 나머지 인수 대금 대부분을 빚 (debt) 으로 충당한다는 점입니다.
사모펀드 (Private Equity) 가 이렇게 빚을 최대한 끌어다 쓰는 이유는 '레버리지 효과'로 자기자본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기업가치 $100 million달러짜리 회사를 에쿼티 (자기자본: 사모펀드와 기업 경영진이 직접 출자하는 자기자본) $30 million달러 + 부채 $70 million달러로 인수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후 몇 년간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으로 부채를 $40 million달러까지 상환하고, 동시에 사업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150 million달러로 성장했다면, 남은 에쿼티 가치는 $150 million달러에서 잔여 부채 $30 million달러를 뺀 $120 million달러가 됩니다. 기업가치 자체는 1.5배 성장에 그쳤지만, 애초 $30 million달러였던 에쿼티는 $120 million달러로 무려 4배 성장한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디레버리징 (deleveraging) 효과'로 부르는 LBO 고유의 수익 증폭 메커니즘입니다. 여기에 (1) 원가 절감·사업구조 개편 등을 통한 EBITDA (상각전영업이익) 성장, (2) 인수 시점보다 높은 밸류에이션 배수로 되파는 멀티플 확장까지 더해지면 사모펀드의 수익률은 한층 더 커집니다.
다만 이 레버리지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사업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거나 금리가 급등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 과도한 부채가 오히려 기업을 파산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KKR/TPG/골드만삭스가 주도한 $45 billion달러 규모의 텍사스 전력회사 TXU (에너지퓨처홀딩스) LBO는 당시 역사상 최대 규모였으나, 천연가스 가격 급락과 과도한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2014년 파산했습니다. 지난 2005년 $6.6 billion달러에 이뤄진 북미 최대 장난감 완구 리테일러 기업 토이저러스 (Toys R Us) LBO 역시 매출 성장 없이 이자 비용만 짊어지다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LBO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힙니다. 반대로 지금부터 살펴볼 델 (
DELL) 의 기업 사례는 LBO 역사상 손꼽히는 대표격 성공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마이클 델은 지난 1984년, 미국 텍사스대학교 신입생 시절 단돈 $1,000달러로 기숙사 방에서 'PC's Limited'라는 이름의 컴퓨터 조립/판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소매점에서 구매한 IBM 호환 PC에 메모리와 디스크 드라이브를 직접 업그레이드해 시중가보다 10~15% 저렴하게 되파는 방식이었는데, 여기서 그는 '중간 유통 마진을 걷어내고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다'는 다이렉트 모델의 원형을 발견했습니다.
사업은 급속도로 번창해 창업 첫해 매출이 이미 수백만 달러에 달했고, 그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세에 대학을 자퇴하며 사업에 전념했습니다. 지난 1988년 6월, 사명을 델컴퓨터 (Dell Computer Corporation)로 바꾼 그는 주당 $8.50달러에 350만 주를 공모하며 나스닥에 상장해 $30 million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상장 시가총액 $85 million달러).
이후 재고를 최소화하고 주문 후 맞춤 조립하는 'build-to-order' 방식이 폭발적 성장을 이끌며, 지난 1992년 27세의 마이클 델은 포춘500대 기업 사상 최연소 CEO에 이름을 올렸고 2001년에는 세계 최대 PC 제조사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후반 들어 스마트폰/태블릿의 부상으로 PC 시장이 구조적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한때 $40달러를 웃돌던 델 주가는 $10달러 안팎까지 미끄러졌습니다. 마이클 델은 상장기업으로서 매 분기 실적 압박 (상장기업으로서 매분기 SEC 등 정부 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준비 및 주주들로부터 압력과 간섭에 따른 원하는 사업 전략 추진 난항)에 시달리며 장기적 사업 전환에 나서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파트너스 (Silver Lake Partners)의 조언 ("내가 당신 입장이라면 델을 비상장 전환하겠습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우리 실버레이크가 LBO추진을 서포트 하겠습니다.”) 을 계기로 지난 2013년 2월 +$24.4 billion달러 규모의 차입매수 (LBO)를 전격 발표했으니, 이는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 붕괴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LBO 딜 시장 이벤트였습니다.
이 LBO 거래는 당대 최악의 '지분 전쟁'으로 비화됩니다.
그 당시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2013년 3월 델 기업 지분 6%를 확보했다고 공개하며 델+실버레이크가 제시했던 LBO 인수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반발했고, 이후 델의 최대 외부주주였던 사우스이스턴자산운용과 손잡고 "주주들이 사기당하고 있다 (getting hosed)"고 맹비난했습니다.
칼 아이칸은 자신이 직접 72% 지분 인수를 제안하며, 델의 CEO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한 후보에게 "이기든 지든 팀에 합류하는 것만으로 $10 million달러 (현금 100억원) 를 지급하겠다 (그러니 마이클 델을 델 기업 수장직에서 몰아내자)"고 제안했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약 8개월에 걸친 프록시 파이트 (proxy fight) 끝에 지난 2013년 9월, 마이클 델과 실버 레이크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인수가를 소폭 상향한 +$13.88달러 (현금 $13.75달러 + 특별 배당금 $0.13 => 기존 13.65달러에서 소폭 상향 조정)로 조정하면서 LBO 거래는 가까스로 승인되었고, 그해 10월 최종 완료되었습니다.
칼 아이칸은 결국 자신의 델 지분 (약 $2.2 billion 가치)을 매각하며 물러났으며, 당시 미국 유명 투자지 포브스 (Forbes) 는 이번 델 LBO 거래를 표지 기사로 다루며 '역사상 가장 지저분한 테크 바이아웃 (the nastiest tech buyout ever)' 이벤트로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델 기업의 LBO 과정에서 진행된 마이클 델과 칼 아이칸 대립의 이면에 있었던 흥미로운 스토리는 잠시후 PART 2 그린메일 섹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비상장 전환 2년 만이였던 지난 2015년 10월, 델은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를 $67 billion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기술 기업 간 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기존 HP-컴팩 합병($33.4 billion달러)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EMC 기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델은 약 $50 billion달러에 달하는 신규 부채를 짊어진다는 시장의 부정론도 접하게 되었으나, 당시 델 기업이 염두했던 이번 거래의 핵심 가치는 바로 EMC가 보유하고 있던 약 81% 지분의 가상화 소프트웨어 기업 VM웨어 (VMware)였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거래가 마무리되며 탄생한 델 테크놀러지스 (Dell Technologies) 는 PC 중심 하드웨어 기업에서 서버/스토리지/클라우드 인프라를 아우르는 종합 엔터프라이즈 IT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며, VM웨어는 EMC 인수 이후에도 별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델은 VM웨어 기업 지분 가치와 연동하는 “DVMT”라는 트래킹 스톡 (tracking stock)을 발행함.)
막대한 부채 부담을 안고 있던 마이클 델은 EMC/VM웨어 M&A 2년차였던 지난 2018년 7월, DVMT 트래킹 스톡을 델 테크놀러지스의 신규 Class C 보통주로 전환하는 총 217억 달러 규모의 주식 스왑을 통해 전통적인 IPO 없이 NYSE 재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칼 아이칸 (넵 또 다시 칼 아이칸의 반발) 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2018년 12월 11일 비계열 주주 기준 61%의 찬성으로 거래가 최종 승인됐습니다. DVMT 주주는 주당 120달러의 현금 또는 Class C 보통주 1.8066주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12월 28일 델 테크놀러지스(
DELL)는 주당 46달러에 NYSE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재상장 이후에도 EMC 인수로 발생한 막대한 부채는 여전히 델의 재무구조를 압박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등장한 유명 행동주의 투자기관이 바로 엘리엇 매니지먼트였습니다. 엘리엇은 이미 2014년부터 EMC에 VM웨어 분사를 요구해온 전력이 있었는데, 2020년 6월에는 델과 실버레이크가 보유한 VM웨어 지분 81%의 스핀오프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델 역시 같은 해 7월 SEC 제출 자료를 통해 스핀오프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즉, 과거 델의 DVMT 트랙킹 스톡 전환 과정에서는 델 기업의 적군이였던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 EMC/VM웨어 지분분사 과정에서는 델 기업의 아군을 자처한 흥미로운 시장 상황)
결국 2021년 4월 14일, 델은 보유한 VM웨어 지분 81%를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스핀오프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발표 직후 델 주가는 약 10% 급등해 93달러 선까지 올랐고, 엘리엇의 제시 콘은 델의 주요 주주로서 이번 분사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21년 10월 29일 델은 델 주식 1주당 VM웨어 Class A 주식 0.440626주를 배분하는 구체적인 조건을 확정했고, 11월 1일 스핀오프를 완료했습니다.
특히 VM웨어는 분사 직전 115억 달러 규모의 특별배당을 실시했고, VM웨어 지분 81%를 보유했던 델은 이 가운데 약 93억 달러를 수령해 전액 부채 상환에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델은 EMC 인수 이후 누적된 부채 부담을 크게 낮추고, 3대 신용평가사 모두에서 투자적격등급을 획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델은 EMC 인수 후 약 5년에 걸친 재무구조 정상화 작업을 마무리하며, 다시 안정적인 재무 기반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 일련의 ‘금융공학 (Financial Engineering)’은 마이클 델 개인에게도 놀라운 결과를 안겨줬습니다.
유명 경제 투자 미디어 포브스 (Forbes) 의 집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비상장 전환 당시 약 36억 달러였던 마이클 델의 지분가치는 2021년 VM웨어 스핀오프 직후 약 390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불과 8년 만에 약 +11배로 불어난 것이며, 이는 LBO의 디레버리징 효과가 실제로 구현된 완벽 시장 사례로 분류됩니다. 델은 막대한 부채를 떠안는 대신 VM웨어라는 우량 자산의 현금흐름을 활용해 부채를 상환했고, 그 과정에서 부채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에쿼티 가치가 훨씬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포브스가 이를 ‘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금융공학의 산물’이라고 평가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에 또 한 번의 천운이 마이클 델과 델 기업에게 찾아왔으니, 지난 2022년 5월 브로드컴 (
AVGO) 은 VM웨어를 69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규제당국의 심사를 거쳐 2023년 11월 22일 거래를 완료했습니다.
스핀오프 이후에도 VM웨어 지분 약 40%를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마이클 델은 현금과 브로드컴 주식을 합쳐 약 200억 달러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그의 자산 포트폴리오에는 기존 델 테크놀러지스 지분 약 40%에 더해 브로드컴 지분이라는 또 하나의 대형 자산이 추가되었으며, 이후 브로드컴이 AI 반도체와 네트워킹 시장의 핵심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이 지분은 결과적으로 또 다른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한편 델 테크놀러지스의 사업 가치 역시 AI 붐을 계기로 크게 재평가되기 시작했습니다. VM웨어 분사 이후 한동안 주가가 1주당 $45~70달러 수준에서 움직였지만, 2023~2024년 생성형 AI 열풍으로 엔비디아 GPU 기반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서버·인프라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결국 마이클 델의 전략은 단순히 부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EMC 인수 => 레버리지 확대 => VM웨어 분사 => 부채 상환 => VM웨어 매각대금 확보라는 일련의 금융적 구조조정이 개인 자산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고, 동시에 AI 붐은 델 테크놀러지스 자체를 다시 고성장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글을 작성하는 2026년 9월 중순 현재 델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567달러를 돌파했고, 2026년 들어서만 약 3배 (+343.89%) 가까이 상승하며 대형주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종목 중 하나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마이클 델의 개인 자산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델 지분 약 40%와 브로드컴 지분, 현금성 자산 등을 합산한 그의 순자산은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기준 2026년 9월 초 약 2,677억 달러까지 치솟아 세계 3위 부호 반열에 올라섰으며, 연초 이후에만 1,000억 달러 넘게 증가해 일론 머스크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큰 자산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한때 비상장 전환과 EMC 인수로 인한 막대한 부채 부담에 시달리며 ‘한물간 PC 회사’로 취급받던 델은 이제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마이클 델은 EMC 인수로 확대된 부채를 VM웨어의 현금흐름과 스핀오프를 통해 단계적으로 줄였고, 이후 VM웨어 매각으로 확보한 자산까지 활용하면서 자신의 지분가치를 크게 키웠습니다. 여기에 생성형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델의 본업까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결국 마이클 델의 전략은 단순한 부채 구조조정을 넘어, 기업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AI 시대의 성장 기회를 포착해 델 테크놀러지스를 다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장기적인 금융 사업 전략으로 완성됐습니다.
PART 2. 그린메일 (Greenmail)
그린 메일은 그린 (Green) 과 메일 (Mail) 의 합성어로서, 그린 (Green) 은 곧 미국 달러를 상징하는 초록색을, 그리고 메일 (Mail) 은 영어로 협박을 의미하는 블랙 메일 (black mail) 을 의미합니다.
즉, 그린 메일은 ‘달러 (돈)를 요구하는 협박 편지’라는 성격 정도로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그린 메일은 통상적으로 특정 기업을 먹어치우려는 기업 사냥꾼 (혹은 행동주의 투자자, activist investors) 들이 즐겨쓰는 ‘적대적 M&A 협박을 빌미 삼은 큰 돈 벌기 전략’으로 잘 알려져 있겠으니, 이에 대한 이해는 다음의 그린 메일 절차를 통해 잘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 기업 사냥꾼은 대주주들 (기업 설립자 혹은 핵심 임원진들) 의 지분율이 낮은 특정 기업에 대한 주식을 비밀리에 매수
- 기업 사냥꾼은 해당 기업에 대한 지분이 현재 기업 대주주들을 위협할 수준에 이를 경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의사를 표명
- 오랜 기간 자신이 열심히 땀흘려 일궈온 자식과 같은 기업을 하루 아침에 기업 사냥꾼에게 빼앗길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 대주주들
- 이런 상황에서 기업 사냥꾼은 대주주들에게 “여러분의 소중한 기업을 존속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을 높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되사주시면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
- 결국 기업 사냥꾼으로부터 적대적 M&A 포기 약속을 받은 대주주들은 높은 프리미엄 가격 (현재 주가 +20~30% 이상) 을 지불함으로서 기업 사냥꾼의 위협으로부터 해방
- 기업 사냥꾼은 적대적 M&A 를 포기하는 대신 단기간내 높은 투자 수익률을 창출
그린 메일은 독자분들이 잘 알고 계신 포이즌 필 (Poison Pills) 과 마찬가지로 적대적 M&A 상황속에서 기업 경영권 방어 전략들 중 하나로 분류되겠습니다.
다만 포이즌 필과 그린 메일은 다소 차이점을 시사하겠으니, 포이즌 필 전략 행사 주도권은 적대적 M&A 오퍼를 받은 타겟 기업 (즉, 방어자) 이 가지고 있는 반면에 그린 메일 전략의 행사 주도권은 적대적 M&A 오퍼를 제안한 기업 사냥꾼 (즉, 공격자)이 소유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그린 메일 (Green Mail) 의 개념을 잘 설명해주는 전형적 케이스 사례가 바로 유명 컴퓨터 브랜드, 델 (Dell) 의 기업 설립자 마이클 델 (Michael Dell) 과 유명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Carl Icahn) 사이에서 발생했던 지난 2013년 실제 해프닝 사례입니다.
지난 2013년 당시 미국 주식 시장내 상장 거래되던 유명 PC 브랜드 기업, 델 (Dell) 은 기업 설립자였던 마이클 델 (Michael Dell) 로부터의 바이아웃 (BuyOut: 상장 기업을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 오퍼를 받은 상황이였습니다.
지난 2013년 2월 마이클 델은 델 컴퓨터 주식 1주당 $13.65달러 바이아웃 오퍼 가격을 제안했으며, 이후 유명 사모펀드 투자기관, 실버 레이크 파트너스 (Silver Lake Partners)의 마이클 델을 위한 전폭적 투자 지원이 이어지면서 마이클 델의 델 기업 바이아웃 전략은 순조롭게 진행되는듯했습니다.
그러나 한달여 흐른 지난 2013년 3월, 유명 기업 사냥꾼으로 정평이 난 칼 아이칸 (Carl Icahn) 의 투자 개입 (즉, 델 주식을 닥치는대로 매수함으로서 델 기업 지분 +6%를 확보한 핵심 주주로 등극, 이후 주요 주주의 자격으로 마이클 델의 델 기업 바이아웃 계획에 찬물을 끼얹으며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 표명) 으로 큰 난항을 겪게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당초 마이클 델이 제안한 1주당 $13.65달러 보다 높은 1주당 $14달러 인수 가격 및 현재 델 주주들에게 주당 $12달러 특별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마이클 델의 바이아웃 오퍼를 받아들이지 말것을 적극 촉구해온 칼 아이칸 (이 과정에서 당시 델 기업 지분 +8.4%를 확보하고 있던 또 다른 핵심 주주, 사우스이스턴 자산운용사는 칼 아이칸 진영에 합류를 결정) 의 역공에 마이클 델은 그야말로 코너에 몰리게 된 상황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어느날 마이클 델이 직접 칼 아이칸의 집을 찾아가서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누던 당시 상황을 묘사한 흥미로운 대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시 상황을 직접 경험한 마이클 델 본인의 시각에서 종합된 설명이기에 더 흥미로웠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 마이클 델: 칼 아이칸씨, 당신의 계획 (델 주식 매수 및 마이클 델의 바이아웃 전략을 반대) 은 무엇입니까?
- 칼 아이칸: 무슨 계획이요?
- 마이클 델: 당신은 델 컴퓨터 기업을 장악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의 계획대로 델 기업이 당신의 손으로 넘어가면, 그 이후 사업 계획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기업 전략은 무엇입니까? 누가 기업을 이끌게 될 예정입니까? 당신이 장악하게될 새로운 델 기업의 핵심 임원진들로는 누가 내정될 예정입니까?
- 칼 아이칸: 나는 넘쳐나는 인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델 기업을 이끌게 될 수많은 인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 모두는 델 컴퓨터 CEO 자리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후 칼 아이칸은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 칼 아이칸: 마이클 델씨, 아마도 우리는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거래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만일 가격만 맞다면 (즉, 현재 칼 아이칸이 보유한 델 주식을 마이클 델이 매수할 수 있는 가격 수준만 맞다면), 저는 언제든지 당신에게 델 주식을 매도할 의향 (그리고 이를 통해 마이클 델이 현재 추진하려 애쓰고 있는 델 기업의 비상장기업 전환 (바이아웃: BuyOut) 계획이 성공하게 될 것) 이 있습니다.
- 마이클 델: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직감한 마이클 델은) 그렇군요. 칼 아이칸 당신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은 얼마 수준의 주가입니까?
- 칼 아이칸: (자신의 덫에 걸린듯한 마이클 델의 질문에 화색을 띈 칼 아이칸은) 최소한 1주당 $10달러 중후반대 수준이 어떨까요? (참고로 마이클 델은 이미 1주당 $13.65달러 바이아웃 오퍼 가격을 델 주주들에게 제시한 상황이며, 만일 칼 아이칸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서는 여기에 주가 프리미엄을 가미한 높은 바이아웃 오퍼 가격을 제시해야만 했던 상황)
- 마이클 델: 칼 아이칸씨, 제 생각에 당신은 델 기업에 대한 뚜렷하고 명확한 사업 계획이 전혀 없군요. 단순히 단타식 투자 수익을 올리는데만 혈안된 나머지 델 기업이 지닌 성장 잠재력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계획대로 1주당 $14달러에 델 기업을 삼켜버리세요. 뚜렷한 사업 계획 조차 없는 당신의 품안에서 델 기업은 폭망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6개월간 하와이 휴향지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칼 아이칸의 델 기업 주식이 1주당 $8달러로 폭락한 상황에서 제가 가진 모든 자금력을 총동원에서 당신으로부터 델 기업을 재매수할 것입니다. 내 생각에 최고의 딜이군요!
지난 2013년 칼 아이칸이 델 기업에 추진한 전형적 그린메일 전략을 간략히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겠습니다.
- 지난 2013년초 델 기업 설립자, 마이클 델은 유명 사모펀드 투자기관, 실버 레이크 파트너스와 함께 1주당 $13.65달러에 델 기업 사기업 전환 (레버리지 바이아웃: LBO) 계획을 공표
- 이후 유명 행동주의 투자가, 칼 아이칸은 델 기업 지분 +6%를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등극
- 마이클 델과 실버 레이크가 델 주주들에게 제안했던 1주당 $13.65달러 보다 1주당 $14달러에 델 기업 매수 의향을 공표
- 마이클 델과의 만남을 통해 $14달러 보다 높은 가격에 칼 아이칸이 보유한 델 주식 (델 기업 전체 지분 +6%) 을 매수할 것을 제안 (전형적 그린 메일 투자 접근법)
- 칼 아이칸의 그린 메일 협박에 흔들림없이 마이클 델은 기존 LBO 계획을 그대로 고수
결론적으로 칼 아이칸의 계획은 현실화 가능성 여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칼 아이칸이 델 주주들에게 제안한 1주당 $14달러 매수와 $12달러 특별 배당금 지급 약속 이행 여부 및 칼 아이칸 장악후 델 기업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과 부딪히면서 결국 실패로 끝났으며, 마이클 델은 지난 2013년 성공적으로 자신의 델 기업을 사기업 (private company) 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정말 대단하고 흥미로운 마이클 델과 칼 아이칸의 관계는 지난 2018년 델 상장 기업 전환 이벤트로 재조명받게 됩니다.
지난 2013년 델의 사기업 전환을 결사 반대 (public to private 반대) 했던 칼 아이칸은 또 다시 지난 2018년 델의 상장 기업 전환을 또 다시 결사 반대 (private to public 반대) 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마이클 델 vs. 칼 아이칸: 라운드 2’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데요.
지난 2018년 당시 델 트래킹 주식 (Tracking stock: DVMT)을 보유해온 칼 아이칸과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등 유명 행동주의 투자기관들은 마이클 델과 실버 레이크가 추진하려는 델 상장 기업 계획안 (이 과정에서 DVMT 트랙킹 주식에 대한 자사주매입 계획안) 은 DVMT 주주들의 가치를 전면 무시한채 오로지 마이클 델과 실버 레이크 사익 (당시 트래킹 주식과 보통주 가치간 +$11 billion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 격차) 만을 추구하는 매우 불공평하며 이기적 거래 제안이라 혹평했습니다.
지난 2018년 칼 아이칸의 ‘델 상장 기업 전환에 대한 태클 상황’은 아래 비디오 자료를 통해 접하실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라운드 2 격전에서는 마이클 델이 어느정도 칼 아이칸과 폴 싱어등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 이후 자사주매입 오퍼 가격을 상향 조정함으로서 논쟁 합의점 도달에 성공하게 되었으며, 지난 2018년 12월 상장 기업 전환에 성공한 델 테크놀러지스 (Dell Technologies: DELL) 주식은 이후 막대한 주가 수익률을 기록중입니다.
초이스스탁 US 스마트스코어
다음은 2026년 9월 중순 기준 초이스스탁US 투자 커뮤니티내 총 +1,663명 회원들의 관심을 주목받는 델 테크놀러지스 기업에 대한 스마트스코어 현황을 캡쳐한 이미지로서 현재 +72점 스마트 스코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종합 점수: 지난 2025년 10월 기준 +55점에서 +72점으로 크게 향상중입니다.
- 미래 성장성: 지난 2025년 10월의 +30점에서 최근 +85점대로 괄목할만한 성장력을 과시중입니다.
- 사업 독점력: 지난 2025년 10월 기준 +60점에서 최근 +80점으로 향상중입니다.
- 재무 안전성: 전년도의 +70점에서 최근 +80점으로 향상했습니다.
- 수익성: 전년동기 35점에서 최근 +45점으로 향상중입니다.
- 현금 창출력: 지난 2025년 10월의80점에서 지난달까지 +90점의 향상력을 기록했으나, 한달 사이에 기존 +90점에서 +70점으로 큰 폭의 감소 트렌드를 경험했습니다.
초이스스탁US 밸류에이션
초이스스탁US가 제공하는 델 테크놀러지스 (
DELL) 기업가치 (밸류에이션) 분석에 근거해볼때 여전히 기업 내재가치 (intrinsic value, 적정가) 대비 현재 DELL 주가는 매우 고평가 되었다는 투자 분석입니다.
결론 (Conclusion)
LBO와 그린메일이라는 2가지 투자 키워드는 얼핏 보면 전혀 다른 개념처럼 보이지만, 델 (
DELL) 이라는 하나의 기업을 무대로 삼아 20년 가까이 서로 얽히고설켜 왔습니다.
통상 LBO는 사모펀드가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체질을 개선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델의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창업자 본인이 주도해 자신의 회사를 비상장화하고, 이후 두 차례의 대형 M&A(EMC 인수 / VM웨어 스핀오프)를 거치며 다시 상장기업으로 돌아왔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전반에 걸쳐 칼 아이칸과 엘리엇 매니지먼트라는 월가의 양대 행동주의 세력이 때로는 그린메일식 적군으로, 때로는 든든한 우군으로 함께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현대 기업금융사에서 보기 드문 완결된 드라마로 꼽힙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 모든 대립과 협상은 마이클 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 $3.6 billion달러였던 그의 지분가치는 2021년 $39 billion달러로, 그리고 AI 슈퍼사이클이 델과 브로드컴 주가를 동시에 밀어올린 2026년 현재는 $258 billion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아이칸이 "주주들이 사기당하고 있다"며 반대했던 바로 그 가격에 회사를 넘겨받았던 마이클 델은, 결과적으로 자신을 공격했던 행동주의 투자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규모의 승리를 거둔 셈입니다.
이번 델 반전드라마는 두 사람의 순자산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층 더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2013년 그린메일 공방이 한창이던 당시, 포브스는 칼 아이칸의 순자산을 $20 billion달러로 추산하며 그를 '월가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 언급했으며, 이는 당시 마이클 델의 순자산 (약 $15 billion달러) 보다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아이칸의 지주회사 아이칸엔터프라이즈 (IEP)는 지난 2023년 5월 유명 숏 헤지펀드 투자기관 힌덴버그 리서치의 공매도 보고서 ('폰지 구조'라는 의혹 제기) 여파로 단 하루 만에 순자산의 41%가 증발했고, 이후로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2026년 현재 아이칸의 순자산은 폭감한 반면에 마이클 델의 순자산은 앞서 살펴본 대로 AI 슈퍼사이클을 타고 2026년 현재 +$258 billion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지난 2013년 그린메일 공방 당시만 해도 '더 부유한 쪽'은 명백히 칼 아이칸이었습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마이클 델의 순자산은 아이칸의 약 +57배에 달합니다. 물론 이는 두 사람의 자산 구성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칼 아이칸의 부는 자신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 IEP 한 곳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마이클 델의 부는 델 테크놀러지스와 브로드컴이라는 AI 시대의 두 최대 수혜주에 걸쳐 있었습니다. 결국 그린메일이라는 단기 공방에서는 누가 이기고 지든, 장기적으로는 '어느 자산에 집중되어 있었는가'가 승부를 갈랐다는 점에서 이 비교는 투자자들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