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반도체 투자에 설레는 日현실은? “AI기반 없어 신기루 불과”
이용수24.03/07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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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TSMC 제1공장. 사진=AFP 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흥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고 있는 가운데, 그러나 현재의 산업 기반으로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출판사 쇼가쿠칸의 경제미디어 머니포스트웹은 AI후발주자인 일본이 현재 상태에서 반도체 시장의 부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반도체 산업 부흥의 기대감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단연 주식 시장이다. 지난 4일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초로 4만엔을 돌파한 가운데 증시의 흐름은 단연 반도체 제조장비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4일까지의 주가 상승률(종가 기준)에서도 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스크린이 63.5%, 도쿄일렉트론이 55.6%, 반도체 후공정 전문 회사 어드반테스트가 53.8%, 디스코가 47.3% 상승해 이 기간 닛케이지수 주가 상승률 19.9%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막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AI 혁명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일본 또한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실질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일본의 현재 반도체 핵심 기반 산업이 AI 혁명과는 큰 연관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AI 혁명으로 인한 막대한 부가가치는 대부분 반도체 파운드리나 제조업체, AI 개발 관련 최종 사용자에 가까운 기업들이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소재, 제조 장비 등이 핵심이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AI 연구 개발과 투자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등재된 2022년 AI 분야 학술 논문 숫자에 따르면, 1위는 중국의 4만 2524건, 2위는 인도의 2만 2557건이었고 3위는 미국, 4위는 영국이 자리했다. 일본은 5위인 3858건에 불과해 생성AI에 대한 인프라의 기본도 마련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후발주자로써 자체적으로 이런 구도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반도체 제조를 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기술과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수적인데, 일본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 반도체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자국 내 시가총액 3위인 도쿄일렉트론이지만,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TSM)는 이보다 5.8배, 반도체 세계 3위 엔비디아(NVDA)가 16.4배, AI 개발 선두 주자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25.5배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TSMC의 구마모토현 공장 설립 효과도 해외 기업만 배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 목적 자회사 JASM을 현지에서 설립하고 이번 공장 설립을 주도했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으로 4760억 엔을 출자했고, 총 86억 엔이 투자됐다. 또 구마모토현 내에 제2공장 건설이 계획되어 있으며, 일본 정부가 약 7300억 엔을 추가로 보조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러나 JASM의 주주 구성이 TSMC가 약 86.5%를 차지하고 있어 프로젝트 전체에서 얻을 수 있는 과실은 대부분 TSMC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일본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 창출과 주변 산업 발전의 촉진, 공동 출자한 기업의 출자 비율에 따른 투자 수익, 자국 내 반도체 부족 해소와 반도체 공급 체제 개편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라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타시로 나오키 전 나이토증권 중국부장은 “냉정하게 말해 두터운 층의 엔젤투자자,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벤처캐피털, 잘 정비된 자본시장을 가진 미국과의 격차를 고려하면 세계적 경쟁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규모 면에서 TSMC나 삼성전자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는지, AI 개발 부분에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이며, 현재 상태에서 일본 반도체 시장 부흥의 기대는 신기루”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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