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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주 샀는데 엔비디아가?"… 삼전·하이닉스 주주가 봐야 할 3가지 잣대
2026.06.15 03:25
가치의 탈을 쓴 빅테크… 러셀 가치지수, 성장주보다 3배 더 번 역설

외인 86조 ‘강제 매도’ 구조… 코스피 쏠림 이기는 해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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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광풍이 글로벌 증시를 지배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흐름을 뜯어보면 정작 거대한 수익은 '가치의 탈'을 쓴 곳에서 터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광풍이 글로벌 증시를 지배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흐름을 뜯어보면 정작 거대한 수익은 '가치의 탈'을 쓴 곳에서 터졌다. 배런스(Barron's)가 인용한 자산운용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연초 이후 5월 초순까지 미국 러셀1000 가치지수는 약 14%의 고수익을 기록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러셀1000 성장지수는 5% 상승에 그쳤다. 두 지수 간 성과가 3배에 달하는 이례적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수익률 역전의 배경에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두 가지 구조적 동인이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자산인 에너지주의 급등이 첫 번째 발판을 마련했고, 두 번째는 역설적이게도 첨단 기술주 자체였다. 주요 주가지수가 정기 변경을 거치면서 미 증시의 가치지수 자체가 사실상 '기술주 대용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가치주 돌풍의 본질은 전통 가치주의 부활(에너지)과 지수 개편이 만든 착시(기술주 편입)의 복합 작용이다.

18년 만의 반격… 현재 국면은 '초입'인가 '끝물'인가

가치주의 장기 부진은 뿌리가 깊다. 지난 2006년 이후 대형 성장주는 연평균 13%의 수익을 올린 반면, 대형 가치주는 8.7%에 머물렀다. 지난 18년 중 무려 14년 동안 성장주가 시장을 지배해 왔다.

올해 전개되는 흐름은 이 오랜 장기 독주 체제에 대한 가치주 진영의 본격적인 반격이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이 붕괴된 직후 가치주가 2006년까지 성장주를 매년 압도했던 역사적 국면과 닮아 있다.

현 시점의 사이클 위치에 대해 배런스는 이번 반등이 18년 만에 찾아온 장기 사이클의 초입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흐름이 꺾이기 전까지는 이 지각변동의 추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수 산출 기관의 방법론 변경도 이 같은 반전을 뒷받침했다. 러셀 지수는 기계적 정량 기준에 따라 시장을 가치와 성장으로 양분한다. 이 과정에서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매그니피센트7(M7)' 종목들이 지난해 대거 가치지수로 편입됐다.

그 결과 현재 러셀1000 가치지수 내 기술주 비중은 17%까지 치솟으며 금융주(18%)의 뒤를 잇는 이인자로 부상했다. 실제 글로벌 자금이 대거 몰리는 'iShares 러셀1000 가치 ETF' 내 성장주 성향 종목 비중은 2004년 3%에서 올해 31%로 폭증했다.

같은 '가치'인데 수익률 6배 차이, 코스피 '쏠림의 역설'과 동형

문제는 글로벌 지수마다 '가치'를 정의하는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동일한 가치 스타일 ETF에 투자했더라도 포트폴리오의 성과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배런스가 제시한 연초 이후 5월 초순까지의 누적 성과를 보면, 업종별 상대가치 방식을 적용해 유연하게 종목을 담는 'iShares MSCI USA 가치팩터 ETF'는 무려 44% 폭등했다. 반면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엄격한 전통적 정량 잣대만을 적용하는 'iShares S&P500 가치 ETF'는 7% 상승에 머물렀다. 동일한 가치주 간의 수익률 격차가 6배 이상 벌어진 셈이다.

상반기 가치주 펀드들의 성과를 가른 결정적 본질은 '순수한 저평가 자산 여부'가 아니라 'AI 모멘텀 노출도'였다.

이러한 성패의 결정타는 결국 '기술주 비중'이었다. MSCI 가치 ETF는 기술주 비중이 40%를 상회해 일반 가치펀드 평균의 3배에 달했다. 결국 가치의 탈을 썼더라도 'AI 모멘텀을 얼마나 품었는가'가 펀드의 생사를 갈랐다.

국내 증권가 관계자는 현재 미국 가치지수의 선전은 순수한 저평가 기업의 부활이라기보다 지수 편입 기준의 왜곡이 낳은 착시 효과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 대목이 한국 주식시장 투자자에게 주는 착안점은 매우 무겁다. 미·한 증시의 쏠림 현상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치지수 안에 기술주가 들어가며 성과의 '착시'가 생겼고, 한국은 지수 자체가 반도체에 쏠리며 수급의 '왜곡'이 발생했다.

골드만삭스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말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 약 620억 달러(약 94조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를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 악화가 아닌 지수 추종 자금의 '기계적 강제 매도'로 풀이했다. 반도체 랠리로 코스피가 급등하자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 내 한국 비중이 규정 한도를 초과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한도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물량을 덜어냈다는 설명이다.

"AI 거품 꺼지면 깊은 가치주가 산다" 갈라진 처방

향후 대응 전략을 두고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술주 편입 비중이 높은 가치펀드 진영은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는 한 현재의 강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14.7%의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대형 가치펀드 상위 2%에 이름을 올린 '파나서스 밸류 에쿼티 펀드'가 대표적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이 펀드의 공동 운용역인 크리슈나 친탈라팔리는 단순히 PER이나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주가를 사두고 과거 평균치로 회귀하기만을 기다리는 고전적 가치 투자 방식은 수명을 다했다고 보며, 현재 알파벳과 대만 TSMC를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가치 투자를 고수하는 '깊은 가치(Deep Value)' 진영은 정반대의 경고를 보낸다. AI 전반의 과열 플러그가 뽑히는 순간 시장의 보상은 결국 극단적 저평가 영역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프제나 자산운용의 리처드 프제나 회장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의 평균 PER은 10.1배에 불과해 러셀1000 가치지수 평균(17배)을 대폭 밑돈다. 프제나 회장은 기업이 실재하지 않는 미래 수요만을 좇아 대규모 자본지출(CAPEX)을 단행할 때 시장은 과열의 정점에 달한다며, 포트폴리오 내 기술주 비중 확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한편 자산운용사 GMO의 워런 창은 기술적 혁신성과 가격 매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절충형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 연산 주도권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 개인 기기 단으로 이동함에 따라 퀄컴 같은 온디바이스 AI 관련 기업의 이익 창출력이 시장의 보수적 예상을 상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3가지 신호와 해석법

빅테크의 AI 투자 사이클이 현 수준을 유지하느냐, 혹은 임계점을 지나 꺾이느냐에 따라 향후 가치주와 성장주 간의 승패가 완전 뒤바뀐다. 월가 석학들의 진단을 종합할 때, 한국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와 해석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빅테크 설비투자(CAPEX) 증가율 기조다. 글로벌 빅테크의 자본지출 둔화 움직임은 AI 전방 수요가 식어간다는 강력한 첫 번째 거시적 신호다. 분기별 증가율 둔화 확인 시, 성장주 비중 축소 및 현금 비중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단가 및 라인 가동률이다. 국내 증시의 핵심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 향방과 직접적인 이익 규모를 가늠하는 절대적 잣대다. 단가 하락 및 고객사 재고 증가 포착 시, 국내 반도체 자산의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셋째, S&P500 정보기술(IT) 업종의 PER 밴드 위치다. 현재 기술주 진영에 유입된 투자 자금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거품 영역에 진입했는지 비추어보는 직접적인 거울이다. 밴드 상단 돌파 시 고평가로 판단, '깊은 가치주' 영역으로의 자산 재배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시장에서 가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AI가 자산의 경계를 완전히 흐려놓은 만큼, 향후 투자 성패는 자산의 이름이 아니라 변화하는 구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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