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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나노 수율 1%가 수조 원… TSMC 독식 막을 기업은 나오나(4편)
2026.05.13 03:25
TSMC 2나노 수율 70% 선도 속 삼성 SF2P 추격전… HBM4 하이브리드 본딩은 '블랙박스'

반도체 들고 있다면… TSMC 아성 무너뜨릴 수율 숫자 딱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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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율(Yield), 즉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정상 칩의 비율이다. 웨이퍼 한 장 가격이 수천만 원을 웃도는 2나노(nm) 이하 공정에서 수율 1% 차이는 연간 수조 원의 이익 격차로 직결된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년 5월, 반도체 팹(공장) 현장에서는 숫자 하나가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갈라놓는다. 수율(Yield), 즉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정상 칩의 비율이다. 웨이퍼 한 장 가격이 수천만 원을 웃도는 2나노(nm) 이하 공정에서 수율 1% 차이는 연간 수조 원의 이익 격차로 직결된다.

트렌드포스(TrendForce) 집계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 7%대와의 격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수율 우위가 만들어낸 구조적 장벽이다. 다만 2026년 들어 삼성이 2나노 2세대 공정(SF2P)에서 70% 임계점을 넘어서며 추격전에 불이 붙었다. 수율 전쟁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수율, 지난한 과제이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벽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정상 작동하는 칩이 몇 개나 나오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에 해당하는 결함 하나가 칩 전체를 폐기로 이끈다. 결함의 원인은 수백 개 공정 단계 어디서든 숨어 있을 수 있다.

온도·습도·장비 진동·파티클 하나까지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잡아내려면 수만 개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AI 기반 디지털 트윈, 공정마다 다른 결함 패턴을 학습하는 머신러닝, 그리고 수십 년의 현장 노하우가 층층이 쌓여야 한다.

수율은 단번에 높아지지 않는다. 웨이퍼를 수백만 장 찍어내며 실패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실패를 공정에 되먹임하는 지난한 반복 속에서만 1%씩 올라간다. 첨단 공정에서 수율 70% 달성까지는 통상 신규 노드 설계 착수 후 3~5년, 수조 원대 장비 투자와 수십만 장의 시험 웨이퍼 손실을 감내해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숫자다.

TSMC 2나노 수율 70% 진입… "넘을 수 없는 성벽인가"

TSMC의 수율 우위는 경쟁사들이 넘기 어려운 실질적 진입장벽이다. 대만 가오슝 팹22(Fab 22)에서 2025년 4분기 2나노(N2) 양산에 돌입한 TSMC는 초기 수율이 65~70% 수준에서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TSMC의 CC 웨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 10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N2는 수율이 양호한 상태로 계획대로 양산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콘텐트에 따르면 이후 수율 개선이 가속화되며 2026년 초에는 70%대 진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퀄컴·엔비디아·미디어텍이 TSMC 2나노 공정에 집중하는 것도 이 수율 안정성이 바탕이다. TSMC의 2나노 용량은 이미 단일 고객사 하나가 절반 가까이 선점한 상태다. 나머지 빅테크들은 웃돈을 주고도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파이낸셜콘텐트에 따르면 TSMC의 2나노 웨이퍼 가격은 전 세대 대비 50% 가까이 올랐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독점적 수율 우위가 결합해 만들어낸 '프리미엄 독점'이다.

TSMC의 강점은 전공정 미세화에 그치지 않는다. CoWoS(기판 위 칩 패키징) 등 첨단 패키징 수율을 제조 공정과 통합 관리하는 역량이 경쟁사를 압도한다. 웨이퍼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단일 벤더가 책임질 때 결함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고, 통합 수율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엔비디아가 TSMC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다.

다만 TSMC가 절대 난공불락은 아니다. 고객사들 사이에서 단일 공급사 의존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삼성에 구조적 기회가 되고 있다.

삼성, SF2P 수율 70% 돌파… "2강 구도 분기점 넘었나"

삼성전자의 반격 서막이 올랐다. 1세대 2나노 공정(SF2)이 2025년 한 해 동안 50~60%대 수율로 고전한 가운데, 삼성은 2026년 1월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세대 2나노 공정인 SF2P가 "수율 및 성능 목표를 달성하며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순항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파이낸셜콘텐트(FinancialContent) 등 복수의 경제 매체는 삼성이 SF2P 공정에서 안정적 양산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70% 수율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삼성이 GAA 선행 투자의 과실을 거두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삼성의 강점은 4년 이상 축적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데이터에 있다. TSMC가 2나노 세대에서 처음 GAA로 전환하는 시점에, 삼성은 3나노부터 선제적으로 GAA를 도입해 이미 3세대째 공정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쌓아왔다. 이 누적 노하우가 SF2P 수율 안정화를 앞당긴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SF2P 공정은 전 세대(SF2) 대비 클록 속도 12% 향상, 전력 효율 25% 개선, 다이 면적 8% 감소를 달성했다.

다만 신중론도 존재한다. 국내 일부 매체와 업계 분석가들은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전체 평균 수율은 아직은 50~60%대에 머물러 있으며, 특정 공정·제품군에서 70%를 확보했더라도 고용량 양산 전반의 안정화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F2P가 '통과 의례'를 넘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관건은 대량 생산 환경에서 이 수율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TSMC 2나노 물량이 2026년까지 사실상 완판된 상황에서, 삼성의 수율 안정화는 공급처 다변화를 원하는 퀄컴·AMD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에게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AMD의 리사 수 CEO가 올해 3월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직접 방문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테슬라와 맺은 165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의 AI6 칩 장기 공급 계약 역시 삼성 파운드리 회생의 기폭제로 꼽힌다.

Wccftech는 지난 10일 업계 소식통과 대신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북미 팹리스 고객사로부터 2나노 CPU 물량을 수주했으며, 해당 고객사는 AMD가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AMD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256코어 서버용 CPU '베니스(Venice)'와 2027년 에이전틱 AI 특화 CPU '베라노(Verano)' 모두 삼성 2나노 GAA 공정 활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양사 간 공식 계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수주 성사 여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인텔 18A, 국가 전략적 도박… 수율이 부활 여부 결정

인텔의 18A(1.8나노급) 공정은 미국 반도체 자립의 상징이자 생존 도약대다. 인텔은 2026년 초 팬서 레이크(소비자용 CPU)와 클리어워터 포레스트(서버용 CPU)를 첫 18A 양산 제품으로 출하하기 시작했다. 인텔 CFO 데이비드 진스너는 2025년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수율은 공급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지만, 적정 마진을 확보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상업적 수익성 기준의 수율(70~80%)은 2027년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웨이퍼 간 수율 편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며 "예상보다 다소 앞선 개선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적 완성도는 주목할 만하다. 리본펫(RibbonFET·인텔식 GAA 구조)과 파워비아(PowerVia·후면 전력 공급 기술)를 세계 최초로 통합했다. ASML의 하이-NA EUV 장비를 경쟁사보다 먼저 도입해 차세대 14A 공정에서 TSMC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18A 공정을 통해 자체 AI 칩 생산을 인텔에 맡기기로 한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전략의 일환이다.

9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과 국방부 계약이 뒷받침되는 한, 인텔은 단기 수율 손실을 감내하며 기술 투자를 지속할 체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 18A의 진짜 평가는 외부 고객사 추가 수주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차세대 18A-P 공정에 대한 '인바운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인텔 측 발표는 긍정적 신호다.

실제로 인텔의 외부 고객 확대 신호는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먼저 나타났다.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11일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첨단 패키징 기술 'EMIB(임베디드 멀티다이 인터커넥트 브릿지)'를 활용해 HBM을 결합하는 R&D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TSMC-엔비디아'로 굳어진 AI 반도체 공급 삼각 동맹에 균열 가능성이 포착된 것이다.

HBM4 수율 전쟁… SK하이닉스 선두, 삼성 하이브리드 본딩 도전

파운드리 경쟁이 뜨겁다면, 메모리 시장은 더욱 살벌하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Rubin) 아키텍처 GPU 한 대에 탑재되는 HBM4의 양은 최대 수백 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 이 수요를 누가 제때 공급하느냐가 AI 인프라 공급망의 주도권을 결정한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을 '수율 전쟁(Yield Warfare)의 해'로 규정했다. 16단(16-Hi) HBM4 스택에서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는 기업이 엔비디아의 루빈 울트라 주문을 독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 50%대를 바탕으로 HBM 시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 용량 전량을 선계약(Take-or-Pay)으로 채웠다. TSMC와의 '원팀(One Team)' 협력을 통해 HBM4 베이스 다이 제조를 맡겨 엔비디아 루빈 GPU와의 공정 궁합을 최적화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방식으로 12단 HBM4의 수율 안정화를 우선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율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트렌드포스 등 업계 분석기관도 이를 '블랙박스'로 분류한다.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비공식 만찬에서 HBM4 공급 지속을 직접 당부할 만큼, 양사의 협력 관계는 공고하다.

삼성은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즉 마이크로 범프 없이 구리 패드를 직접 접합하는 방식으로 16단 HBM4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열효율과 신호 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미세 파티클 하나에도 결함이 발생할 만큼 난도가 높다. 파이낸셜콘텐트와 트렌드포스 등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16단 HBM4 샘플 수율은 현재 10% 안팎 수준으로 파악된다. 기술적 방향성은 가장 앞서 있으나, 경제성 확보는 아직 과제다. 삼성은 이와 별개로 최근 HBM4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으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본격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론은 철저한 물량 전략으로 맞선다. 2026년 HBM4 생산 용량 전량을 선계약으로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통해 전용 HBM4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6년 2분기 고수율 양산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수율 잡기의 미래, 물리학의 벽 앞에 선 인류의 도전

수율 전쟁은 2나노에서 끝나지 않는다. 1나노 이하로 내려갈수록 원자 몇 개 차이가 트랜지스터 동작 자체를 좌우한다. 1나노미터는 원자 3~4개를 나열한 두께다. 이 단계에서는 전자가 회로 밖으로 스스로 빠져나가는 '양자 터널링' 현상이 심해져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전류를 제자리에 붙잡아두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원자 하나의 위치가 어긋나는 것만으로 소자 전체가 불량이 된다. 2나노까지 통용된 GAA 트랜지스터 구조도 한계에 부딪혀, 1나노 이하에서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는 CFET(상보형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같은 완전히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결함을 찾는 일도 차원이 달라진다. 기존 광학 장비로는 결함을 볼 수조차 없어 전자 현미경 수준의 정밀도로 웨이퍼 전체를 훑어야 하는데, 이는 검사 속도를 극도로 늦춰 수율 개선의 발목을 잡는다.

지금 이 수율 경쟁에서 주시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삼성전자 SF2P 수율의 고용량 양산 안정성 유지 여부, 삼성 HBM4 하이브리드 본딩의 엔비디아 인증 통과 시점, 인텔 18A의 외부 고객사 추가 수주 규모다. 이 세 지표가 동시에 양(陽)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점은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 반도체 섹터 전반의 재평가 신호로 직결된다. 수율은 공장 안의 숫자가 아니라, 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되돌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수율이라는 정직한 성적표 앞에서, 최후의 승자는 가장 많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가장 완벽하게 '찍어내는' 기업이 차지한다. 그리고 그 경쟁은 이제 물리학의 벽 앞에 선 인류 전체의 도전이 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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