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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수주 전쟁… 삼성·SK, 엔비디아 '1조 달러 과실' 누구에게
2026.05.06 03:35
전 세계 주요 국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사활, 경제 안보의 바로미터

"루빈을 잡아라"… 삼성의 '턴키 반격' vs SK의 '70% 독주', HBM4 대혈투

수율·전력 두 개 고개 넘어야 K-반도체 슈퍼사이클 완성…지금 챙길 지표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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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약 97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일PwC는 2024년 627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 기조연설 무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발표 직후 파운드리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3나노 이후 연이은 수율 부진으로 '반도체의 삼성'이 흔들리던 시점에 터진 낭보였다. 시장은 이틀 연속 삼성 주가를 밀어올리며 응답했다. 현장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TSMC·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놓고 경쟁하는 반도체 삼국지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현주소다.

9750억 달러 시장, AI가 판을 바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약 9750억 달러(약 14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일PwC는 2024년 6270억 달러(약 926조 원)에서 2030년에는 1조 달러(약 1477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한다. 디지타임스도 AI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안에 1조 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봤다. 연간 성장률이 64%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구조도 과거와 다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6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늘어난 546억 달러(약 80조 원)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주문형반도체(ASIC) 기반 AI 칩에 탑재되는 HBM 수요가 82% 급증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KPMG가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임원 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7%가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메모리를 꼽았다. 전년 대비 1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AI 주권' 향한 국가별 요새화

미국은 칩스법(CHIPS Act) 2.0을 통해 자국 내 2나노 선단 공정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설계부터 제조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자급 체계를 완성해 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망을 우회해 7나노 이하 공정 수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성숙 공정 반도체를 저가로 쏟아내며 글로벌 가전·자동차 공급망을 잠식하는 '반도체 무기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만 TSMC는 2나노 생산 라인을 이미 애플·엔비디아에 완판하며 AI 칩 공급망의 핵심 요새를 쌓았다. 일본은 국가 연합 프로젝트 라피더스(Rapidus)가 2나노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며 반도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AI 대륙 행동 계획'을 통해 향후 5∼7년 내 데이터센터 처리 능력을 세 배로 확대하되, 에너지 효율 요건을 충족한 프로젝트에 한해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건부 확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후공정(OSAT) 허브로 도약하며 반도체 제조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KPMG 설문에서 응답자의 66%가 올해 설비투자 확대를 계획한다고 밝혔으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공급망 유연성 강화가 업계 공통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 '70% 독점'과 삼성의 '턴키 반격'

6세대 HBM인 HBM4 시장의 승부처는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이 결합된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와 '원팀'을 꾸려 5나노 공정 기반 베이스 다이를 제조하고, 독자 패키징 기술 '어드밴스드 MR-MUF'로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UBS는 이 조합이 엔비디아 차세대 '루빈' 플랫폼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점유율을 약 70%로 굳힐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 예상치인 50∼54%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독보적 지배력을 시사한다.

삼성전자는 다른 길을 택했다.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자사에서 일괄 공급하는 '턴키 전략'이다. TSMC에 베이스 다이를 위탁하는 경쟁사와 달리 삼성은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납기 단축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노린다. GTC 2026에서는 엔비디아의 추론용 칩 '그록3'까지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양산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엔비디아 칩을 파운드리로 수탁하는 첫 사례다. 삼성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신년사에서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율 70%'와 '전력 장벽'…K-반도체의 두 개 고개

장밋빛 전망 뒤에 두 개의 가파른 고개가 버티고 있다.

첫째는 파운드리 수율이다. TSMC의 2나노(N2) 수율은 양산 기준 90% 안팎으로 알려진 반면, 삼성전자의 2나노(SF2) 수율은 지난해 말 20∼30% 수준에서 출발해 현재 55∼60%대까지 올라선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에서는 "2나노 기준 TSMC 추정 수율이 60∼70% 수준으로 삼성전자를 크게 상회한다"며 낮은 수율은 고객사 입장에서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삼성 2나노 공정은 TSMC보다 단가가 30% 이상 저렴해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팹리스에 대안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수율 안정화가 지속 개선되고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양산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삼성이 여러 세대 만에 처음으로 선단 공정에서 TSMC와의 격차를 의미 있게 좁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둘째는 전력 인프라 위기다.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한 곳의 전력 수요는 100메가와트(MW)를 넘어 중소 도시 전체 소비량에 맞먹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945테라와트시(TWh)로 현재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JLL은 2026∼2030년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에만 약 3조 달러(약 4432조 원)가 투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력 승인 대기가 길어지면 HBM이 아무리 쏟아져도 서버에 꽂힐 공간 자체가 부족해진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이나 자가 발전소 건립에 나선 이유다.

이 전력 문제의 근본 해법으로 업계는 구리 배선을 빛으로 대체하는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 기술에 주목한다. 시장조사기관 IDTechEx는 광 패키징 기술(CPO) 시장이 2026∼2036년 연평균 37% 성장해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광섬유통신 콘퍼런스(OFC 2026)에서 실리콘 포토닉스 파운드리 플랫폼 양산 로드맵을 처음 공식화했다. 2027년 광엔진, 2029년 CPO 턴키 서비스가 목표다. HBM부터 파운드리·패키징·실리콘 포토닉스까지 한 지붕 아래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메모리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TSMC와의 구조적 차별점이다.

지금 챙겨야 할 세 가지 지표

K-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려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첫째, 빅테크의 자본지출(CAPEX) 집행률이다. 화려한 투자 발표가 실제 공사로 이어지는지 분기 보고서로 검증해야 한다. 둘째, 삼성 파운드리 2나노 수율이 연말 목표치인 70~80%를 돌파하느냐다. 이 숫자가 퀄컴·AMD 대규모 수주와 직결된다. 셋째, HBM4 가동률과 재고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완공 지연이 현실화하면 아무리 뛰어난 HBM도 창고에 쌓인다.

반도체가 국가 경제안보의 최전선에 선 이상, 호황의 열기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HBM4 공급권 수성, 2나노 GAA 수율 안정화, 실리콘 포토닉스 생태계 선점이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기업만이 2030년 '1조 달러 시대'의 진짜 왕좌를 차지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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