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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5배 올랐는데 PER 4.4배… 마이크론이 던진 '밸류 역설', 한국 반도체는 어디에
2026.04.12 03:55
S&P 500 최저 PER 종목 분석… 이익 성장이 주가 상승을 압도하는 기현상

SK하이닉스·삼성, 2026년 합산 영업이익 500조 원 전망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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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 시대가 낳은 기묘한 역설이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주가가 1년 새 5배 이상 급등한 기업이 S&P 500 지수 내 '가장 싼 주식'으로 분류되는 현상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서버 시대가 낳은 기묘한 역설이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주가가 1년 새 5배 이상 급등한 기업이 S&P 500 지수 내 '가장 싼 주식'으로 분류되는 현상이다. 통상 주가가 오르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인공지능(AI) 열풍이 이익 증가 속도를 주가 상승보다 훨씬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생겨난 이례적 구도다. 그 중심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무대로 한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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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500 저PER(주가수익비율) 주요 기업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주가 5배 뛰어도 최저 PER"… HBM이 만든 이익 폭주 구조

지난 10일(현지시각) 배런스(Barron's)가 분석한 S&P 500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 최저 10개 종목 가운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4.4배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S&P 500 평균인 20.5배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론 주가는 최근 1년 기준 520% 이상 폭등했음에도 이 지표에서 '최저' 꼬리표를 달고 있다. 분모에 해당하는 이익(EPS)이 주가보다 훨씬 빠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은 2024 회계연도 8.29달러에서 2025 회계연도(8월 결산 기준) 56.74달러로 수직 상승했고, 2026 회계연도에는 93.24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실제 실적도 전망을 웃돌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1분기에 매출 136억 4000만 달러(약 20조 26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7% 성장했다.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주당순이익은 4.78달러로 시장 컨센서스를 22% 초과했다. 씨티그룹은 이 실적 발표 직후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상향하며 "AI 수요와 우호적인 업황이 동시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HBM 시장 자체의 성장 궤도도 이익 확장을 뒷받침한다. 마이크론은 자체 전망을 통해 HBM 시장 총 유효시장(TAM)이 2025년 350억 달러(약 51조 9900억 원)에서 2028년 1000억 달러 (약 148조 55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예측보다 2년 앞당겨진 수치다.

저PER의 두 얼굴… '가치 함정'인가 '숨은 기회'인가

배런스는 단순 PER 수치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S&P 500 저PER 5개 종목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마이크론(4.4배) 다음으로는 글로벌 페이먼츠(Global Payments, 4.7배), 제너럴 모터스(GM, 6.2배), 제약사 비아트리스(Viatris, 5.6배), 차터 커뮤니케이션(Charter Communications, 5.2배)이 포함됐다.

종목별 속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GM은 고수익 차종인 트럭·SUV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탄탄한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며 주주환원을 이어가고 있다. 비아트리스는 과거 가격 폭리 논란으로 투자자 외면을 받아왔지만, 기존 약품의 현금흐름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체질 개선이 진행 중이다. 2025년에는 합병 이후 처음으로 주당순이익 소폭 성장이 예상되면서 변곡점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026년 들어 비아트리스의 인도 공장(인도르 소재) 화재 사고로 주요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연간 매출에서 5억 달러(약 7427억 원), EBITDA에서 3억 8500만 달러(약 5719억 원)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2026년 2월 기준 연간 2025 매출은 143억 달러(약 21조 2426억 원)로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주가도 2025년 이후 30%대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저PER의 덫'에 해당하는 사례다.

반면 글로벌 페이먼츠는 핀테크 업계의 높은 부채 비중과 저성장 우려가, 차터 커뮤니케이션은 유선방송 해지(코드커팅)와 광섬유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압박이 낮은 밸류에이션의 주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배런스는 "PER은 지나치게 단순한 신호"라며 저PER 기업이 처한 리스크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지를 가려내는 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PER 함정' 피하는 세 가지 잣대

투자 전문가들은 저PER 종목 선별 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수요의 지속성이다. 마이크론처럼 사이클 산업에서 저PER이 의미 있으려면 현재의 AI 수요가 단기 붐을 넘어 공급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장기 추세여야 한다. HBM 수요가 일반 D램 생산 능력을 잠식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적 공급 부족은 단순 경기 사이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약 9750억 달러(약 1448조 원)로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번째는 부채 상환 능력이다. 장부상 이익이 높더라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부채가 많은 기업은 이자 비용이라는 구조적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차터 커뮤니케이션이나 글로벌 페이먼츠가 낮은 PER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할인을 받는 핵심 이유다.

세 번째는 현금 창출력의 질이다. 회계 이익보다 실제 잉여현금흐름이 더 중요하며, 그 현금이 주주 환원과 미래 투자로 선순환되는지가 관건이다. GM이 저PER 안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대안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한국 반도체는 어디에 있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속 저평가 논란

마이크론의 저PER 현상이 주목받을수록, 같은 HBM 수혜주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상대적 위상도 재조명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이다. 다만 3분기 들어 삼성전자 비중이 22%로 빠르게 올라오면서 판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2026년 연간 기준 전망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으나, UBS·JP모간 등 주요 투자은행은 SK하이닉스 49∼55%, 삼성전자 26∼30%, 마이크론 15∼23% 구도를 주로 제시한다. 시장을 질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한국 기업이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저평가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 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 영업이익률 47%를 기록하며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선 수익성을 입증했다. 삼성전자 역시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5∼8배 급증한 57조 20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한국 기업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양사 합계 2026년 영업이익이 약 500조 원 안팎에 달할 수 있다는 상단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아직 컨센서스 확정치가 아닌 상향 전망 범위임을 유의해야 한다.

기술 경쟁에서도 변수가 생겼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 탑재용 HBM4 공급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사실상 좁혀졌다는 분석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 등 공급망 조사기관과 국내외 매체를 통해 2∼4월 사이 잇따라 제기됐다. 물론 마이크론은 최근 HBM4 엔비디아 납품을 발표했다. 전망치는 기관마다 엇갈리지만, SK하이닉스 55∼70%, 삼성전자 28∼30%, 마이크론 0∼17% 수준이 주로 거론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2026년 컨센서스 기준 선행 PER은 8~9배 수준으로, 글로벌 AI·반도체 빅테크(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대비 30~50%가량 할인되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현재 주가 대비 10~40% 수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2026년 실적 추정치를 반영한 선행 PER은 5~6배 수준으로, 마이크론 2026년 PER 11배 안팎과 비교하면 40~50% 이상 저평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목표주가를 100만 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고, 최고 150만 원까지 제시된 리포트 기준으로는 현 주가 대비 업사이드가 열려 있다.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계기도 가시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4∼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상장 목표 시점은 2026년 하반기이며, 공모 규모·방식·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 8550억 원) 규모의 ADR 발행 가능성과 함께, HBM 투자 재원 확보 및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대한 기대를 공통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싼 이유가 없어야 진짜 기회"

마이크론의 사례는 시장이 '과거의 학습 효과'에 얽매여 미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과거 '호황 후 폭락' 사이클이 투자자들의 주가 추격을 막고, 결과적으로 극심한 저평가 상태를 지속시킨 것이다.

그러나 현 국면은 과거 사이클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HBM이 일반 D램 웨이퍼 생산 능력의 3배를 소모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단순 증설로는 공급 부족 해소가 쉽지 않다. 수요의 '지속성'이 담보된다면, 저PER은 가치 함정이 아닌 구조적 저평가다.

주식시장에서 싸게 거래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시장의 일시적 오해인지, 아니면 사업 모델의 회복 불가능한 균열인지를 가려내는 통찰이 투자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마이크론보다 더 큰 HBM 시장 점유율을 쥐고 있으면서도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바로 그 질문의 현장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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