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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급 빼고 다 오르나… 오라클 74조 투자, ‘AI 전기료 폭탄’과 일자리 쇼크의 서막
2026.04.10 04:35
오라클, 에너지 베테랑 CFO 영입해 500억 달러 ‘전력·자본 전쟁’ 개막

3만 명 감원해 데이터센터 짓는 ‘AI 인프라 자본주의’… 전기료·화이트칼라 고용 뒤흔든다

빅테크발 전력 쟁탈전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비상… 한국 가계·산업 비용 구조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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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프트웨어 공룡 오라클(Oracle)이 에너지 업계 베테랑을 재무 수장으로 전격 앉히고 500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쏟아붓기로 하면서,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 중심이 코드에서 ‘전력과 자본’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소프트웨어 공룡 오라클(Oracle)이 에너지 업계 베테랑을 재무 수장으로 전격 앉히고 500억 달러(약 74조 원)를 AI 인프라에 쏟아붓기로 하면서,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 중심이 코드에서 ‘전력과 자본’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최대 3만 명 감원설까지 현실화 조짐을 보이면서, AI가 불러올 ‘전기료 상승’과 ‘화이트칼라 일자리 대체’가 결국 우리 지갑과 월급명세서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 관심이 쏠린다.

“코딩보다 전력 확보가 먼저”… 에너지 전문가가 오라클 곳간지기 된 이유

오라클은 지난 7일(현지시간)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출신의 힐러리 맥슨(Hilary Maxson)을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맥슨은 글로벌 발전 회사 AES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전력·인프라 전문가로,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보기 드문 이력이다.

클레이 매구이르크 오라클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산업·인프라·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자본 집약적 조직에서 맥슨이 보여준 실행력은 오라클의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더 이상 코드 작성의 문제가 아니라,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고 물리적 건물을 짓는 ‘장치 산업’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배런스가 지난 8일 전했다.

총부채 199조 원, 3만 명 감원… 인건비가 데이터센터로 바뀌는 순간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에 설비 투자(CAPEX)에만 50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12개월 동안 480억 달러(약 71조 원)를 집행한 데 이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다. 문제는 재원이다. 최근 9개월 사이 채권 발행 등으로 부채를 420억 달러(약 62조 1400억 원) 늘리면서, 오라클의 총부채는 1350억 달러(약 199조 8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투자금 마련의 또 다른 축은 인건비다. 오라클은 전 세계 직원 16만 2000명 가운데 최대 3만 명, 약 18%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를 줄여 남는 자금을 데이터 센터와 AI 서버, 전력망 확충에 투입하는 구조로, 인적 자본을 물적 인프라로 바꾸는 ‘AI 인프라 자본주의’의 전형적 모습이다.

이 과정은 오라클에겐 거대한 재무적 곡예다.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25% 하락한 상황에서, 월가에서는 오라클의 전략을 ‘부채를 활용한 속도전(leveraged growth)’으로 해석하며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빨리 이어지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삼키는 에너지 공룡… AI가 켜버린 세 가지 경고등

오라클의 선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원전 전력 장기 계약, 구글의 자체 전력망 투자 등과 더불어 빅테크가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에너지-인프라 복합체’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은 우리 경제에 세 가지 경고등을 켠다.

첫째, 전력 인플레이션 가능성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사용량은 2024년 약 415TWh(글로벌 전력의 1.5%)에서 2030년 945TWh 이상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AI 전용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현재보다 175%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력망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가계와 산업용 요금에 동시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둘째, 자본 효율성 검증이다. 오라클의 500억 달러 CAPEX처럼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가 과거 닷컴 버블과 달리 실제 현금 창출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는지, ‘돈이 되는 AI’인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수주 잔고 5000억 달러(약 740조 원)대가 안정적인 반복 매출로 전환되지 못하면, 높은 부채를 동반한 속도전은 되레 주주와 채권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셋째, 고용 구조 재편이다. 오라클의 최대 3만 명 감원은 인공지능을 위한 자본·전력 투자 재원을 인건비에서 직접 끌어오는 첫 대형 사례에 가깝다. 이 전략이 성공 사례로 굳어지면, 다른 빅테크와 클라우드 업체들도 사무직·개발직 중심의 대규모 인력 조정을 통해 AI 인프라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안 올리면 손해인 투자”… 한국 가계와 산업이 볼 지표는

2026년 오라클의 주가는 맥슨 CFO가 전력난과 부채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시티그룹이 2026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타일러 래드키 애널리스트는 이번 영입을 “설비 투자를 위해 맞춤 설계된 인사”라고 규정하며, AI 인프라 투자와 재무 안정성 사이 균형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앞서 살펴본 전력·자본·고용의 세 가지 경고등은 한국 투자자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 전력 인플레이션은 한전 요금과 국내 데이터센터 전기료, 자본 효율성은 빅테크·국가 연금의 IT 비중, 고용 재편은 국내 IT·금융권 화이트칼라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편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① 미 국채 금리와 회사채 스프레드(빅테크 자금 조달 비용), ② 구리·전력 설비·데이터센터 관련 글로벌 종목 가격(인프라 투자 비용), ③ 오라클과 주요 빅테크 기업의 분기별 영업이익률과 인건비 비중(감원과 AI 투자 효과)이다. 오라클의 74조 원짜리 베팅은 결국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전기료와 일자리 불안만 앞서 뛰어가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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