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미국 애틀랜타 캠퍼스. 사진=로이터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가 스트리밍과 스튜디오 사업 부문을 케이블TV 네트워크 부문에서 분리해 두 개의 상장사로 나누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간 합병으로 탄생한 이 회사는 점점 하락세를 보이는 케이블TV 사업의 부담을 덜고 스트리밍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출범할 스트리밍·스튜디오 회사에는 워너브러더스, DC 스튜디오, HBO 맥스 등이 포함되며 기존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은 CNN, TNT 스포츠, 블리처 리포트 등을 보유한 채 전체 지분의 최대 20%를 스트리밍·스튜디오 회사에 유지할 계획이다. 스트리밍·스튜디오 부문은 데이비드 재슬라브 최고경영자(CEO)가,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은 군나르 비덴펠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각각 맡는다.

재슬라브 CEO는 “우리 산업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계속 분석해왔다”며 “글로벌 네트워크와 스트리밍·스튜디오 사업을 독립적인 상장사로 분리하는 것이 가장 분명한 길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구조 재편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내년 중반 완료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구조조정을 위해 JP모건으로부터 175억달러(약 24조8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WBD는 지난 3월 기준 380억달러(약 53조9000억원)의 총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다만 채권자들의 반발 가능성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WBD가 투자자 협의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해 구조조정안을 제시하자 채권자들이 법무법인 아킨 검프 슈트라우스 하우어 앤드 펠드를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WBD 주가는 이날 발표 직후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해 장중 3% 가까이 떨어졌으며 2022년 합병 이후 현재까지 주가는 약 60% 하락한 상태다. 주요 원인으로는 케이블 가입자 감소와 경쟁이 치열한 스트리밍 시장, 그리고 고부채 구조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꼽힌다.

브라이언 위저 매디슨 앤 월 CEO는 “이 같은 분할은 재무 구조만 바꿀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성급한 재무 공학이 회사 양쪽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WBD는 HBO 드라마와 디스커버리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한 전략에서 방향을 바꿔 최근 다시 ‘HBO 맥스’ 브랜드를 부활시켰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핵스’ 같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확장을 노리고 있으며 내년까지 가입자 수를 1억5000만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현재 3억명을 넘는 넷플릭스나 1억8100만명의 디즈니+·훌루 통합 사용자 수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한편, 이 같은 움직임은 미디어 업계 전반에서 일고 있는 구조조정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라이언스게이트는 스타즈 케이블 네트워크를 분리했고 컴캐스트도 MSNBC와 CNBC 등 대부분의 NBC유니버설 케이블 네트워크를 별도 회사 ‘버선트’로 분사할 계획이다.

피보탈리서치그룹의 제프 블로다르작 애널리스트는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의 전망은 대체로 암울하며, 이 분야에서의 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WBD의 케이블 부문은 컴캐스트의 새 분사 회사와 잘 맞을 수 있고 스트리밍·스튜디오 부문은 피콕과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분사 계획에는 JP모건과 에버코어가 재무 자문사로, 커클랜드앤드엘리스가 법률 자문사로 참여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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