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Shell),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투자와 전략 수정
박정한23.09/01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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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유기업인 셸(Shell)이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투자하기로 공약한 1억 달러 투자를 중단했다. 사진=로이터

인류 역사상 역대급 고온으로 재해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이 이를 억제하기 위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고 합의했던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유 회사들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이익에 집중하라는 주주들의 요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에 주요 국가와 UN, 금융기관, 환경단체, 소비자들의 감시와 견제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 석유기업인 셸(Shell)(SHEL)이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투자하기로 공약한 1억 달러 투자를 중단했다고 8월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Straits Times)가 보도했다.

◇ 셸의 탄소 저감 노력과 한계

셸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한 에너지 회사다. 이 회사는 기후 변화에 대한 파리 협정 목표를 향한 사회의 진전에 발맞춰 2050년까지 탄소 제로 에너지 사업을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객에게 판매하는 에너지 제품의 탄소 배출을 2050년까지 약 65%, 2035년까지 약 30% 줄이는 목표를 공약했다.

2020년 이 회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탄소 기준으로 7000만 톤이라고 공개했다. 여기는 정유, 화학제품 생산 및 기타 운영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포함된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 기업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요 국가 정치 지도자들과 국제기구, 금융기관의 합의로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에 대출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기후 변동에 대한 저지 움직임이 확산되자 셸은 2020년 1억 달러를 투자해 탄소 배출 노력을 구체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셸은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탄소 줄이기와 별개로 배출하는 탄소를 상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억 달러를 투자해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가져오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겠고 밝혔다.

서부 아프리카, 브라질 아마존, 호주 농지 등 전 세계에 걸쳐 탄소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거나 투자했다. 하지만, 탄소 저감 성과가 저조했다. 지난 2년 동안 프로젝트에 95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예상만큼의 탄소 상쇄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셸은 저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탄소 배출을 실제로 줄일 것, 지속 가능할 것, 사회적·환경적 영향에 대해 책임감 있게 관리될 것 등의 기준을 추진했지만, 열대우림에 나무 심기와 브라질 아마존 벌채를 방지하기, 호주 농지에 나무를 심기 등으로 이를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무는 심은 후 자연재해, 질병,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죽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벌채 방지도 현지인들의 약속 불이행으로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당장 탄소 배출 저감보다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게 되었고, 이 기회를 수익 극대화의 기회로 본 경영자와 주주들도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소홀히 했다.

지난 2023년 6월, 셸의 신임 CEO인 와엘 사완은 탄소 상쇄 개발 계획 중단을 발표했다. 그는 탄소 상쇄 개발은 비용 대비 성공 가능성이 낮으며, 석유 및 가스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주주를 위한 단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석유 기업의 수익 변동이 작용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유가의 등락이나 수익의 변동이 작용했을 것이다. 2022년 석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석유 기업들은 석유와 가스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2023년에 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2023년 2분기, 엑손모빌의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했고, 쉘도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이에 주주들의 수익 개선 압박이 심해졌을 것이다.

쉘의 탄소 상쇄 개발은 2030년까지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 풀, 또는 다른 천연자원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프로젝트로 이를 통해서 매년 120만 개의 탄소 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포기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의 10%를 줄일 기회는 무산됐다.

더욱이 셸은 지난 6월 신임 CEO가 새로운 탄소 상쇄 개발 목표를 공개하지 않았고, 현재 미래 기후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셸이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결국 석유 및 가스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단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국제사회 압박 강화

UN이 지원하는 기업의 탄소제로 목표를 평가하는 기관인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는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상쇄에 의존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기업이 다른 모든 가능한 감축을 완료한 후에만 상쇄하라는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모든 가능한 방법을 먼저 시도하고, 그래도 줄이지 못한 배출량만 상쇄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쇄는 오히려 탄소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고, 상쇄에 의존하면 실제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올해 기후 변동으로 탄소 배출에 대한 거부감이 더 확산되면서 탄소 저감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은 향후 투자자 및 고객의 불신, 정부 규제 강화, 소비자의 불매운동 등으로 재무적 손실과 주주 이익 감소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

인도는 9월에 열리는 G20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가장 우선할 의제로 기후 변동 대처를 제시했다.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인 ‘LiFE’(Living in Harmony with Nature)를 제안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산림 보존과 생태계 복원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반한 기업에 대해 규제도 강화될 것이다.

국제 사회의 탄소 배출 저감 압박 강도와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석유 기업들은 중장기적 목표는 그대로 두고 이를 달성하는 전략과 전술을 현재의 기술과 산업 수준에 가늠해 수정하기 시작했다.

셸은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기존의 목표와 전략을 재검토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탄소 상쇄 목표는 종료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상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성과를 내기가 어렵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탄소 상쇄 목표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전력 판매 사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전력 판매 사업도 포기했다.

충전소 사업이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2025년까지 전 세계에 전기 자동차 충전소 50만개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던 목표도 접었다. 기술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는 이유로 2025년까지 세계 청정 수소 판매의 최소 10%를 점유하겠다던 목표도 취소했다.

다만, 재생 가능 전력에 대한 투자는 500억 달러로 투자를 늘렸다.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 등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의 수익이 축소는 줄이고, 탄소 배출 저감도는 달성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다소 무리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도 언제든 수정하고 변화할 수 있다. 석유 기업들은 그간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기후 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이에 석유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도록 계속 감시하고 점검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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