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탈 메타버스·탈 키즈 시동…"차세대 마케팅 플랫폼 구축"
이원용23.09/11 목록보기
'로블록스 개발자 콘퍼런스'서 4대 원칙 발표
'메타버스' 키워드 빠져…17세 이상 고객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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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바수츠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대표가 '로블록스 개발자 콘퍼런스(RD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블록스 코퍼레이션

세계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이자 '메타버스 유망주'로 꼽히던 로블록스(RBLX)(Roblox)가 탈 키즈·탈 메타버스 사업에 나선다. 포트나이트·마인크래프트·제페토 등 라이벌들과 차별화에 더해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끊이지 않는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이달 8일 연례 학술행사 '로블록스 개발자 콘퍼런스(RDC) 2023'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4대 핵심 비전을 발표하고 주요 차기 서비스들을 공개했다.

4대 원칙이란 △3D 그래픽 아바타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 △하드웨어사와 협력을 통해 접근성 강화 △가상 경제 강화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안전망 구축이다. 그간 사측의 핵심 비전으로 꼽혀온 '메타버스' 키워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특히 3D 아바타 부문에선 실제 얼굴 기반 3D 아바타에 영상 통화 기능까지 더해진 로블록스 커넥트(Roblox Connect)가 연내 출시된다. IT 전문제 테크 크런치는 이를 두고 "17세 이상 성인 이용자에 특화된 콘텐츠"라고 평했다.

또 가상 경제 강화 부문에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제작 도구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하드웨어 협력 부문에선 VR 헤드셋 '퀘스트'의 메타 플랫폼스, 콘솔 게임기기 '엑스박스'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 등이 주요 파트너로 지목됐다. 이들 역시 로블록스의 기존 핵심 이용자층인 미성년자보다 2~30대 이상 성인 고객들에 특화된 콘텐츠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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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코퍼레이션과 국제축구연맹(FIFA)이 파트너십을 맺고 제작한 '피파 월드' 공식 이미지. 사진=로블록스 코퍼레이션

로블록스가 '메타버스 지우기'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6월 영국 콘텐츠 행사 'SEG(스포츠·엔터테인먼트·게임)3 2023'에서 로블록스는 보다 직접적으로 '탈 메타버스'를 거론했다.

SEG3 2023의 연사로 나선 티안 페이(Tian Pei) 로블록스 스포츠 파트너십 총괄은 "그간 로블록스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윔블던 챔피언십, 나스카(NASCAR)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파트십을 구축해왔다"며 "우리는 단발성을 넘어 장기간 이어지는 브랜드 마케팅이 가능한 차세대 플랫폼을 추구하며, 이는 메타버스와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페이 총괄은 "로블록스는 해당 브랜드의 팬이 아닌 사람도 자연스럽게 브랜드 마케팅 채널용 월드에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온라인 활동과 실제 소비자 결정 사이 연관성을 입증, 확대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블록스가 탈 메타버스와 함께 '차세대 브랜드 마케팅 플랫폼'을 강조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으로 보인다.

2021년 3월 1주당 45달러의 가격에 상장된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주가는 같은 해 130달러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상장가 이하로 가격이 곤두박질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잠시 40달러 선에 몇 차례 근접했으나 9월 들어선 29달러 전후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주가 흐름의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인 실적 악화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상장 후 2년 동안 단 한번도 영업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13억달러(약 1조7800억원)에 영업손실 6억달러(약 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매출 18.4%가 늘었으나 손실액도 87.6%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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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 커넥트' 이용 예시 이미지. 사진=로블록스 코퍼레이션


로블록스의 탈 메타버스 기조는 미성년자용 게임, 이용자 창작 기반 플랫폼이란 측면에서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올해 메타버스를 중요한 비전으로 제시했다는 점과 무관하진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에픽게임즈는 올 3월 미국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 2023'에서 '이용자 창작 기반 메타버스' 구축을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사측의 3D 그래픽 개발 엔진 '언리얼 엔진'과 포트나이트를 연동하는 '언리얼 에디터 포 포트나이트(UEFN)' 론칭, 포트나이트 게임으로 거둬들인 매출의 40%를 UEFN 크리에이터들에게 지급하는 경제 정책 도입 등을 예고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UEFN 도입 이전에도 그래픽 품질, 기술 측면에서 포트나이트는 로블록스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품질 플랫폼이었다"며 "UEFN 도입 후 로블록스는 인디 게임 개발자의 관점에선 장점이 거의 없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낮은 그래픽 품질로 저사양 기기에서도 이용 가능해 접근성, 이용자 저변 측면에선 강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비전 변화를 통해 지금과 같은 이용자 지표를 유지, 재무적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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