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새 AI칩에 실망한 中, 무리한 출시 ‘자충수’되나
최용석24.01/10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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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100 GPU.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NVDA)가 중국 시장 매출 유지를 위해 선보인 중국향 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비용 대비 성능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중국에서 외면당할 위기에 처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등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1월부터 H20 제품의 샘플을 미리 받아 테스트를 진행해 온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이 제품의 구매 수량을 예정보다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강화된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춰 중국향으로 선보인 신형 AI칩중 가장 고성능의 제품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자체 테스트 결과, H20으로 기존 AI 칩과 같은 성능을 내려면 더 많은 H20 칩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용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2년 10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시작되면서 각종 고성능 AI 반도체의 수출이 막힌 이후, 정부의 제한 조건을 넘지 않는 AI 칩을 매번 새로 선보이며 중국 시장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2022년 당시 주력 AI 칩인 A100, H100의 중국 수출이 막히자 엔비디아는 성능을 조금 낮춘 A800, H800을 선보이고 중국에 대한 수출을 이어갔다. 2023년 10월에 강화된 규제로 이들마저 수출이 막히자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12월 중국향 신형 AI 칩 ‘H20’과 전문가용 GPU인 ‘RTX 4090 D’ 등을 새로 발표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선보인 엔비디아의 신형 AI 칩들이 정작 환영받지 못하면서 오히려 중국 기업들은 자국산 AI 칩 구매를 늘리거나 독자 개발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는 자국 내 모 인터넷 기업으로부터 자체 개발 AI 칩 ‘어센드 910B’를 5000개나 주문받았다. 이 칩은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AI 칩 중 엔비디아의 A100에 가장 가까운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알리바바 그룹도 산하 반도체 기업 ‘T-Head’를 통해 특정 목적의 AI 칩 자체 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한 고위 임원은 “향후 몇 년 동안 (미국의) 제한 조치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대안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들도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는 대신, 이미 AI 컴퓨팅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알리바바나 텐센트, 바이두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이달부터 중국 한정으로 판매를 시작할 ‘RTX 4090 D’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 제품의 원본인 ‘RTX 4090’은 원래 개인 및 전문가용 최상급 GPU지만 AI 성능이 미국 정부의 규제 제한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수출이 규제됐다.

이에 중국에서는 수출 금지 직전까지 세계 각지에서 RTX 4090 재고를 대량으로 들여와 데이터센터 및 서버용 GPU로 개조해 되파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Wccftech, 테크파워업 등 하드웨어 전문 매체에 따르면 RTX 4090의 중국 출시 가격은 원본인 RTX 4090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칩 사양이 더 낮아졌고, AI 및 전체적인 처리 성능도 예상보다 큰 폭인 11%나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자 정식 판매 전부터 ‘가격 대비 성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 엔비디아가 정부 규제로 수출을 못한 AI 칩들은 중국 외 지역에서도 수요가 높은 제품이어서 전체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첫 번째 중국향 모델이었던 A800 및 H800도 ‘비용 대비 성능’이 나쁘지 않아 나름 해외 수요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 전용 모델로 선보인 H20과 RTX 4090 D 등의 신규 AI 칩이 중국에서 외면받으면 남는 재고는 몽땅 엔비디아가 떠안아야 한다. 중국 외 시장에서는 비슷한 가격에 더 좋은 성능의 AI 칩이 엔비디아 자사는 물론, 경쟁사들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MD와 인텔 등 경쟁사의 AI 칩도 수출 규제 대상에 올랐지만, 이들은 엔비디아처럼 중국향 신규 칩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AI칩 중국 점유율이 약 90%에 달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글로벌 전체 매출의 20~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한 엔비디아의 무리한 욕심은 우호적이던 기존 중국 고객들을 실망시킨 데 이어, 예정에 없던 악성 재고까지 떠안게 되는 ‘자충수’가 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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