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일본 진출 40년 만에 앱스토어 매출 6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미국 애플(AAPL)은 8일(현지시간) 앱 마켓플레이스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된 일본 상품과 서비스의 매출이 2022년 총 460억 달러(약 60조4530억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일본 법인 설립 40주년을 맞이한 일본에서 애플의 존재감은 크지만 규제 강화 움직임 등 역풍도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일본 제조업의 장인정신과 디자인이 가진 부가가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념비적인 40주년을 함께 축하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의 '앱 경제권' 460억 달러 중 중소 개발업체의 매출은 2020~2022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故) 스티브 잡스 등이 지난 1976년 창업한 애플은 7년 뒤인 1983년 6월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그 전까지는 도레이 등이 컴퓨터 '애플2'의 판매 대리점을 맡았고, 일본 법인 설립 후에도 한동안 캐논 계열이 판매를 맡았다. 2003년에는 도쿄 긴자에 해외 첫 직영점을 열었고, 지금은 후쿠오카시, 교토시 등에 10개의 애플 매장을 두고 있다.

원래 잡스는 선종에 심취해 교토를 좋아하는 등 친일본 인사로 유명했다. 소니를 존경해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사망한 1999년 행사에서는 모리타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신제품이 그에게 기쁨을 주었으면 좋겠다"며 추모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애플은 2001년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워크맨'과 CD의 표준을 주도하던 소니로부터 음악 산업의 주역 자리를 빼앗았다. 일본 가전업체들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애플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제조와 판매 양면에서 중요한 거점이다. 주력 스마트폰 '아이폰'으로 국내 전자부품 시장이 확대됐고, 1000개에 가까운 거대한 공급망을 구축했다. 애플은 "앱 관련 및 공급업체에서 100만 명 이상의 일본 고용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일본 공급업체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독주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조사기관 MM조사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스마트폰 일본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49%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2012년부터 11년 연속 휴대폰 점유율 1위다. 태블릿 점유율도 약 50%, 스마트워치도 약 60%에 달한다.

잡스와 친분이 있던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아이폰3G'를 독점 판매할 때 다른 통신 대기업 임원들은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이폰의 인기로 소프트뱅크는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며 통신업계의 세력 판도를 바꿔놓았고, 2011년 KDDI, 2013년 NTT도코모가 그 뒤를 뒤따랐으며, 이후 정부로부터 비판을 받는 할인 경쟁과 복잡한 요금제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는 애플의 실적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자료에서는 매번 미주, 유럽, 중화권, 일본, 기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5개 지역별로 매출을 공개한다. 일본을 단독 국가로 구분하는 것은 미국 기술 대기업에서는 드문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늘도 보인다. 현재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로 축소됐다. 엔화 약세와 할인 판매 억제 등이 이유지만, 애플 관계자들은 "제조도, 판매도 우리는 이미 인도를 바라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앱 경제권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정부의 디지털시장경쟁회의는 지난 6월 애플이 타사가 운영하는 대체 앱스토어를 수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애플이 매출 감소와 규제 강화라는 역풍을 넘을 수 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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