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이스라엘, 11억대 횡령 발각…내부자·공급업체 '짜고 친 범행'
박정한25.05/27 목록보기
전 직원, 거래 '부품→서비스' 조작해 검증 피해…1년간 범행 이어가

인텔, 내부 통제 시스템 허점 노출…유사 사례 방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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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이스라엘에서 11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각됐다. 내부자와 외부 공급업체가 공모한 범행으로 드러났다. 사진=인텔

인텔(INTC) 이스라엘이 전 직원 나탈리아 아브친과 전 부품 공급업체 대표 야핌 치볼레프스키를 상대로 84만 2000달러(약 11억 5219만 원) 규모의 횡령 혐의를 찾아내 하이파 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냈다고 이스라엘 뉴스 매체 칼칼리스트, 톰스 하드웨어 등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범행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 넘게 은밀히 이뤄졌으며, 인텔이 자체 조사로 최근 밝혀냈다.

이들의 범행은 내부자와 외부 공급업체가 치밀하게 공모한 결과였다. 아브친 전 직원은 인텔 이스라엘 하드웨어 생산 부서에서 협력업체와 하도급 발주를 맡았고, 치볼레프스키 전 대표는 2023년 9월 '에너지 일렉트로닉스 2000'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공급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 '서비스' 둔갑한 부품 거래, 감시망 교묘히 우회

이들의 주된 범행 수법은 거래 분류 조작이었다. 아브친 전 직원은 치볼레프스키 전 대표에게 하드웨어 부품 견적을 요청해 상사 승인을 받은 다음, 거래 분류를 '부품'에서 '서비스'로 바꿨다. 인텔 내부 규정은 서비스 거래가 부품 거래보다 검증 절차가 매우 허술해, 납품확인서나 수령확인서 없이도 청구서 발행과 대금 지급이 가능했다. 내부자만이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보안 검사를 쉽게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텔 이스라엘 쪽은 칼칼리스트에 "서비스 대금 지급이 부품 대금 지급보다 덜 엄격하다"고 알렸고, 이런 허점을 이용해 치볼레프스키 전 대표는 별다른 검증 없이 청구서를 내고 대금을 받았다.

또 이들은 한도 안에서 나눠 청구하는 방식을 썼다. 들키지 않으려고 치볼레프스키 전 대표는 아브친 전 직원의 한 번 거래 한도인 2만 달러(약 2737만 원)에 맞춰 여러 차례 소액 청구서를 냈고, 추가 내부 심사 없이 대금을 받았다. 이 또한 내부 정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만일 구매 항목이 '서비스'로 계속 분류되었다면, '에너지 일렉트로닉스 2000'이 인텔에 서비스 제공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여서 치볼레프스키 전 대표가 조사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제3 중개업체 동원, 횡령 규모 키워

이들은 제3의 중개업체도 이용했다. 일부 거래는 인텔에 공식 등록하지 않은 업체를 대신해 구매를 대행하는 '레바논 코건'이라는 중개사를 통했다. 아브친 전 직원은 치볼레프스키 전 대표에게서 견적을 받은 다음, 레바논 코건에 대금 지급을 요청하고 똑같이 거래 분류를 바꿨다. 인텔은 레바논 코건을 불법 행위로 고소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활동이 아브친과 치볼레프스키의 범행과 얽힌 것으로 본다. 이런 방식으로 허위 주문 30건 넘게 이뤄졌고, 그 금액은 56만 1000달러(약 7억 6767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텔은 두 피고에게 횡령금 전액과 부당이득 환수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이파 지방법원에 냈다. 인텔 쪽은 아브친 전 직원의 지난해 11월 해고는 구조조정 때문이었고, 당시 범행 사실은 몰랐다고 밝혔다. 피고 쪽의 공식 태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내부자와 외부 협력업체가 짜고 거래 분류 조작, 소액 나눠 청구, 제3자 중개업체 이용 등 여러 수법으로 보안망을 피한 대표적인 기업형 횡령 사례로 꼽힌다. 인텔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통제 체계의 허술한 점을 보완하고, 비슷한 사례 방지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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